시간이 멈춘 삼랑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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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옥승 댓글 0건 조회 678회 작성일 15-03-18 21:06본문
그간 이방에 글을 올린지 뜸한 것이 생각나
이미 다른 곳에서 올렸던 글과 사진을 좀 가져 왔습니다.
널리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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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랑진,
석'三'자에 물결'浪'자 그리고 나루를 뜻하는 '津'이 합쳐져 삼랑진이라 부르오.
즉 물결이 세갈래로 갈라지는 나루터란 뜻의 지명을 갖고 있는 독특한 마을이오.
내가 이곳을 찾게 된 이유는 친구가 힘든 암투병을 하며 요양하는 병원이 바로 이곳에 있기에
친구를 찾아 위문을 하고 또한 삼랑진의 최근 모습이 궁금하기도 해서였소.
삼랑진은 예로부터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이며 국방의 요충지였소,
과거, 육로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엔 지방에서 거둔 세곡을 수로나 해로를 통해 한양으로 운송하는 조운이라는 제도가 있었소.
이곳 삼랑진은 낙동강이 밀양강과 만나서 갈라지는 요지라 조운의 중심지였고 이웃마을에서 거둔 세곡을 보관하는 조창이 있었던 곳이오.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다리부근이 강이 합쳐지는 곳이고 그 오른편이 조창이 있던 삼랑리이고 예전엔 그곳이 중심지였다고 하오.
그리고 사진의 아랫쪽 철기엔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육로인 잔도가 있어서 작원관이라는 군사관문이 있었던 곳이라 군사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곳이었소.
실제 여기에서 임진왜란시 전투가 있었고 많은 선조들이 순국한 장소이기도 하오.
오늘날엔 육로가 발달하여 물결이 갈라지는 지점엔 다리가 놓이고 서울가던 잔도가 있던 길은 경부선 철도가 달리고 있소.
참, 이 경부선 철도는 삼랑진에서 다시 경부선과 갈라져 영남과 호남을 연결하는 경전선이 출발하는 철도의 요지가 되었소.
그러니까 경전선의 출발점이 바로 이 삼랑진 역이오.
결국 육로의 발달로 삼랑진은 과거의 영화로웠던 나루터의 기능은 상실당한 셈이오.
그리하여 지금은 중심지가 철마가 달려나가는 방향의 삼랑진 역이 있는 송지리가 중심지가 되어 버렸소.
부산에서 삼랑진 가기는 이제 매우 수월하오.
과거엔 철도를 이용하지 않으면 엄청난 시간을 감수하며 차를 몰았던 오지(?)였으나
이젠 신대구 부산 고속도로가 놓이며 손쉽게 갈 수가 있소.
삼랑진 나들목을 통과하여 나오면 바로 삼랑진 읍내가 보이고 철도가 지나는 이 굴다리를 통과하면 삼랑진 역이 나온다오.
병원에서 친구를 태우고 병원밥에 지친 입맛을 달랠겸 읍내에 있는 백반 전문점으로 점심 먹으러 다시 나왔소.
마을이 워낙 작아서 뭐 먹기에 좀 망설일 수도 있을 것이오.
이 식당은 본인이 미리 알아놓은 삼랑진의 숨은 맛집이오.
읍사무소 옆에 살짝 숨어있으나 찾기가 어렵진 않소.
자그마한 식당으로 들어 가면,
따로 음식을 주문할 필요가 없소.
그냥 들어 가면 몇사람이냐고 묻는 것이 전부요.
이내 반찬 12~13가지 정도가 제공되고
동태찌개 같은 찌개류가 불판위에 큰 냄비로 메인으로 나오는 가정식 백반만 취급하오.
제법 맛이있었고 친구도 만족을 표시하였으니 제현들이 다음에 이 고장을 방문하시어 마땅한 요기처가 없다면 여기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을 것이오.
본인의 짧은 생각엔 이집이 삼랑진의 '갑'이라 할 수 있소.
가격? 6천냥!
식사를 마치고 최근 복원한 작원관 관문 찾아 산책을 즐겼소.
오늘따라 햇살이 따스하여 산책하기 좋더이다.
한 구석엔 비석을 모아놓은 곳이 있구려.
이건 유적지 터가 있었다는 비석이오.
'작'은 까지를 뜻하고 새가 날아서 넘을 정도로 험난한 잔도가 있었다는 말이고
'원'이라는 것은 공무 여행자를 위한 숙소를 말하는 것이오.
'관'은 요지의 길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소.
그러니 이곳은 국방상 아주 중요한 곳이었다는 뜻이오.
그 위의 언덕엔 임진왜란때 순국한 이들을 기리는 위령탑이 '현대'스럽게 서 있었소.
난 이런 곳에 오면 왜 이렇게 위령탑은 획일적일 수 밖에 없을까 고민한다오.
상상력의 부재는 아쉬움을 남기고야 만다는 것을 여기서 또 보고 있자니 약간은 괴롭소.
여기서 잠시 마음 속으로 선열의 명복을 빌었소.
'임진왜란'
참으로 할 말은 많소.
그때 보여준 나랏님을 비롯한 소위 지배층이 보여준 졸렬한 행태와 불쌍한 백성의 무참한 도륙.....
여기서 그만!!!!
병실로 돌아가 시간을 보낸후 친구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잠시 읍내여행을 하였소.
여긴 삼랑진 역앞이오.
삼랑진은 시간이 멈춘 곳이오.
길가던 개도 돈을 물고 간다던 과거의 영화를 뒤로하고 지금은 이렇게 잔뜩 먼지쌓인 오래된 엘범같은 동네가 되었소.
다방 이름도 '백미다방'이오.
커피숍도 아니고 카페도 아닌,,,,,
그외 역전분식, 황기사 건강원, 꿀꿀이 식당....
참 정겨운 이름들이 여기 다 모여있구려.
보이시오?
역전에 늘어선 오래된 가게들....
외양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 일제때 만들어진 일본식 건물이오.
놀랍게도 골목으로 걸어 들어서니
마을 한편엔 일제때 조성된 철도관사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었고 공동 우믈도 그대로 였소.
약간의 손질을 했으나 외관은 옛모습 그대로의 동네요.
좀 더 뒷 골목을 찾아보니 축대위에 조성된 집들이 흡사 성곽처럼 늘어서 있소.
이렇게 생긴 대문이 많이 익숙하지 않소?
이런 골목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철대문 앞에서 제법 오래 서성거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골목엔 아이들이 뛰어 놀아야 하는데 여기도 옛 이야기일 뿐이오.
한때 시끌벅적 했을 골목엔 사람 그림자 조차 볼 수 없었소.
허걱,
왜성의 천수각을 닮은 일본식 목조가옥.
아마 우리 주변엔 이런식의 건물들이 제법 있을 것이오.
일제강점기에 주로 관사용도로 만들어진 주택이오.
아, 오랜된 이야기는 대충 이런 곳에서 시작되었지.....
드르륵 문이 열리며 이야기 한자락이 시작될 것 같다.
차를 몰고 역전앞 동네를 빠져나와 아까 통과했던 굴다리를 다시 지나왔소.
오래 오래 이 마을을 지켰을 법한 큰 나무가 정겹소.
여름엔 이 나무아래에서 장기판이라도 숫하게 열렸으리라 생각되오.
그래! 세월이 여기서 멈춘 것이오.
아, 잠깐!
잊어 버릴뻔 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아시오?
삼랑진 역 귀퉁이에 있는 급수탑이오.
과거 증기기관차에 물을 보급하던 시설인데 시대가 바뀌어 지금은 역할을 할 수가 없어 그냥 그 자리를 지키며 늙어 가고 있소.
현재 이런 시설이 남아 있는 곳은 몇개 되지 않아 근대 건축물로 지정되어 있소.
아쉽지만 점점 해가 기울고 있소이다.
늦기전에, 도로가 막히기 전에 돌아가야하오.
대동 톨게이트 일대가 정체되면 곤혹스럽게 되오.
마지막으로 읍내를 통과하며 찍은 사진이오.
여긴 삼랑진역 앞 마을을 지나 굴다리를 통과한후 톨게이트로 가는 길에 있는 새로 조성되고 있는 중심지 마을이오. (신도시?)
시간은 상대적으로 흐르는 것이 맞는 것 같소.
스피드에 지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소.
겨울 햇살아래 삼랑진은 시간이 멈춘 그 상태로 그대를 기다리고 있으니
겨울이 가기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길을 떠나 봄이 어떻겠소?
그리고 아픈 친구의 쾌유를 빌며......
-마파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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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
이 글을 다시 올리며 보니 이미 친구는 지난해 봄 먼 길을 떠나 버렸구려.
항상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말없는 미소가 아름다웠던 그 친구가 그립소.
내일은 친구를 기억하는 또 다른 친구들과 술이라도 한 잔 해야겠소.
친구, 오늘은 봄비가 제법 내리고 있소.
부디 잘 쉬시오....
이승에서 자네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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