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 교실 ‘새집 증후군’, 아이들이 병든다

부산 2개 구·군 826개 교실 등
2020년 이후 우후죽순 생겨나
아토피·호흡기 질환 호소 증가
학생 건강 보호 근본 대책 필요

부산의 한 초등학교 모듈러 교실의 공기질이 정상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부산일보 4월 8일 자 11면 보도)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늘고 있는 모듈러 교실 안전성 문제가 재점화하고 있다. 모듈러 교실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새집 증후군’ 질환의 일종인 아토피나 비염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교실 증가 속도나 규모만큼 안전 관련 규정이 뒤따라주지 못하면서 학부모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16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 16개 구·군 내 유·초·중·고 모듈러 교실은 12개 구·군 총 44개교, 826개 교실(교실·특별실)이 설치돼 있다. 학교별로 △유치원 1곳(9실) △초등학교 31곳(573실) △중학교 3곳(47실) △고등학교 9곳(197실)으로, 초등학교가 가장 많다. 시교육청은 향후 18개 학교에도 모듈러 교실 설치를 계획 중이다.

이동형 조립식 건물인 모듈러 교실은 학교 신설이나 증축 공사 없이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이 가능하다. 철거가 쉬워 임시교실이나 과밀·과소학급 대안으로 떠올랐다. 학교에 모듈러 공법이 도입된 것은 2020년으로 부산은 2021년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에 위치한 명원초등학교에 처음 세워졌다. 당시 학부모들은 ‘컨테이너 교실’과 다를 바 없다고 교육환경 침해를 우려했다.

시교육청도 모듈러 교실 설치 및 운영 가이드라인을 세우면서 올해부터 관리에 들어갔다. 모듈러 교실 공기질 관리 강화를 위해 연 2회 정기 점검을 실시하고 설치 완료 후 3~6개월마다 3년간 특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모듈러 교실 정기 공기질 검사 결과 ‘적합’이 나오면 학생들이 들어가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불안은 현실이 됐다. 지난달 27일 부산 한 초등학교 모듈러 교실 공기질 검사 결과, 교실 1곳에서 총휘발성 유기화합물 수치가 정상 기준치(400㎍/㎥)를 훌쩍 넘어, 학생들에게 호흡기 질환과 아토피가 심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도 공기질 검사 결과 부적합으로 나왔다. 모두 정기검사 이외 학부모들이 추가 검사를 요청하면서 문제가 발견됐다.

모듈러 교실에서 ‘새집 증후군’과 유사한 질환 유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학생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친환경 자재로 제작을 해도 환기나 공기 정화 작업이 제대로 안되면 페인트나 접착제 등에서 유해 물질이 발생해 공기질이 악화될 수 있다. 사람 몸에 축적되면 아토피나 호흡기 질환이 심해질 수 있다. 부산에서는 특히 모듈러 교실이 초등학교에 집중적으로 설치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

마땅한 대책은 아직 없다. 특히 시설 노후화나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땜질식 방안으로 모듈러 교실이 계속 설치되고 있어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학부모연대 강진희 상임대표는 “모듈러 교실이 안전하다고 하지만 건강 문제가 노출되면서 학부모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며 “특정 지역 쏠림 현상으로 모듈러 교실이 설치되고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학생 건강을 위해 철저한 점검과 과밀학급 해소와 학교 추가 설립 등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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